스타니슬라프 렘의 Cyberiad 시리즈를 오늘부터 간간이 올려볼까 합니다. 스타니슬라프 렘은 폴란드어로 집필하는 SF 작가로, 국내에는 그의 장편 '솔라리스'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Cyberiad 시리즈도 솔라리스 못지 않게 유명한 작품입니다. 영화나 소설 솔라리스로만 그를 만나보신 분들에게는 이 Cyberiad 시리즈의 유쾌함이 신선할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어줍잖은 번역으로 그런 것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영문판 페이퍼백을 중역하였으며, 9번째 단편인 '다섯번째 외출'까지는 번역가로도 활동하시는 소설가 송경아님의 홈페이지(http://supermew.soge.net)에 훌륭한 번역으로 실려 있으므로, 먼저 읽어보시고 이 번역을 보시면 더욱 즐겁습니다. (실은 송경아님의 번역을 기다리다 지쳐 제가 직접 올리는 거랍니다 T_T)
이 작품이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될 일은 아마 향후 10년 정도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혹시 국내 출판이 성사될 경우 이 부끄러운 번역은 웹상에서 삭제할 예정이니 다른 곳에 옮겨서 게재하실 때는 꼭 제게 메일(kimhyunkang@gmail.com) 주시기 바랍니다.
The Fifth Sally(A) or Trurl's Prescription
by Stanislav Lem
다섯번째 외출(A) 혹은 트루를의 처방 - 스타니슬라프 렘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 녹색 별 너머 흰색 태양 곁에, 근면하고 걸출하며 걱정없는 Steelypip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규칙도 학교도 우울도 없었고 달빛은 사악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며 물질이나 반물질에 의한 문제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도 같은 기계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계의 위에서, 아래에서, 내부에서 기계와 함께 살았으며 그 기계는 그들의 모든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모든 원자들을 모아 기계를 조립했고 어떤 원자가 잘 들어맞지 않을 때는 그것을 약간 깎아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모든 Steelypip들은 각자 자신만의 작은 소켓과 플러그를 갖고 있었다. 그들이 그 기계를 소유한 것도 그 역도 아니었지만 모든 이들이 그저 잘 들어맞았다. 어떤 이들은 기계공이었고 어떤 이들은 기계공학자였으며 그 나머지들은 기계주의자들이었지만 모든 이들이 기계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할일이 많았다. 밤이나 낮, 또는 일식을 만들어야 했고, 너무 자주 만들거나 만드는 데 질리는 것은 곤란했다. 어느날 녹색 별 너머 흰 태양 곁으로 보닛(역주 : 여자용 모자의 일종)을 쓴 혜성이 날아왔다. 그녀는, 굳이 말하자면 여성이었는데, 불같이 화내고 있었고 머리 끝부터 네 개의 기다란 꼬리 끝까지 원자력과 시안화수소의 푸른색으로 가득해서 바라보기 힘들었으며, 당연하게도 지독한 아몬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날아올라 외쳤다. "우선, 너희들을 불태워 땅에 눌어붙게 해주마."
그녀의 눈 속에서 춤추는 불꽃이 내뿜는 연기로 하늘의 절반이 덮인 가운데 Steelypip들은 그녀가 중성자와 중간자, 그리고 파이 입자와 뮤 입자, 뉴트리노까지 사용해 "피-파이-포-펌 플루-토-늄"이라고 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우리는 규칙도 학교도 우울도 없고 사악하지 않은 달빛을 가진 Steelypip입니다. 우리는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혜성 아가씨, 돌아가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하늘을 태우고 그슬리며 싯싯거리고 포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달은 마침내 양 끝을 모두 그슬린 초승달로 움츠러들고 말았다. 달이 약간 낡고 금이 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모욕이었으므로, 그들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의 가장 강력한 장(場)을 꺼내 달의 양끝에 단단히 묶은 후 방아쇠를 던졌다. 늙은 마녀야, 한번 입어봐라. 그것은 우레같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진동하더니 잠시 후 섬광과 함께 하늘이 맑아졌고, 혜성은 한줌의 재로 바뀌었다. 평화가 다시금 찾아왔다.
측정불가능한 시간이 지난 후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무시무시했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더욱 무시무시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무엇인지 몰랐다.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은 날아올랐고 가장 높은 봉우리에 착륙하였으며, 상상할수도 없이 무거웠고, 편안한 자세를 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성가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주위에 있던 자들이 말했다. "실례합니다. 우리는 Steelypip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모르고, 행성 대신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 이상한 물체여, 꺼지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더이상 참지 않고,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좀 작은 scarechrome(역주 : 허수아비scarecrow의 말장난)을 보내 '그것'을 겁주고 쫓아내기를 기대했다. 평화가 다시금 찾아올 터였다.
scarechrome은 출동했다. 내부 프로그램이 점점 더 커지는 소리로 윙윙거렸다. 그것이 어찌나 싯싯거리며 침을 뱉는지! 그것은 심지어 스스로를 약간 겁줄 정도였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scarechrome은 다른 주파수로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이제 그것은 더이상 심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역주 :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
Steelypip들은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들이 말했다. "더 대구경의, 유압식이고 미분-기하급수적인, 소성이고 확률론적이며 충분한 근육을 가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핵 에너지를 갖게 되면 겁먹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총체적이고 가역적으로 출동했다. 그것은 다연장이었고 모든 면에서 피드백하고 있었으며 전 시스템이 하이-호를 외쳤고 내부에는 기계공과 기계주의자가 한명씩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가 아니라, 만에 하나를 위해 꼭대기에 scarechrome도 하나 달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기름칠이 잘 되어 있어 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만큼 고요히 다가가 최후의 예비동작을 취한 후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4쿼터(quarter), 3쿼터, 2쿼터, 1쿼터, 0쿼터! 콰앙! 엄청난 폭발이다! 저 버섯구름좀 봐! 방사능으로 빛나는 버섯이야! 기름방울과 기어 조각이 튀고, 기계공과 기계주의자가 해치를 열고 나왔다.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만, 긁힌 자국조차 없었다.
Steelypip들은 군사위원회를 열어 기계장치(mechanism)를 만들고, 다시 그 기계의 메타-기계(metamechanism)를 만들고 다시 가까운 별들이 한발짝씩 비켜줘야 할 정도의 거대 기계(megalomechanism)를 만들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톱니와 바퀴가 있었고, 다시 그 한가운데에는 servospook이 있었다. 이제 그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 기계는 모든 힘을 끌어내 출발하였다! 우레와, 꽝 소리와, 버섯 수프를 끓이려면 대양 하나가 필요할만큼 큰 버섯구름, 이 가는 소리, 어둠, 너무 어두워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어둠. Steelypip들은 그들의 기계가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금속조각으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이제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들이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기계적인 마음을 가진 기계공학자들과 기계주의자들이고,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기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이 이상한 물체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수 있지?"
이번엔 그들은 거대한 사이버네틱 습격자를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아무 일도 없이 다른 일에 관심있는 것처럼 기어서 다가가, 어깨너머로 흘깃 살펴보고 약간 과감하게 변한 뒤, 뿌리를 한두개 내려 뒤편으로부터 자라나게 한 다음, 적절한 때를 기다려 뿌리가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 그리고 진실로, 모든 것이 예견된 그대로 실행되었지만, 마지막만은 그대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런 일이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절망에 빠져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힘을 결집하고, 분석하고, 그물과 풀, 올가미와 나사, 함정과 그것을 가라앉힐 새로운 장치 등등을 만들고, 부수고, 떨어뜨리고, 종종 벽에 매달기도 하며,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반대로 뒤집어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이 거의 희망을 버리려 할 때쯤, 누군가가 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말등에 타고 있었지만--아니, 말등엔 바퀴가 없다--그것은 자전거--잠깐, 자전거엔 기수(機首)가 없다--그러니 로켓일지도, 하지만 로켓엔 안장이 없다. 그가 뭘 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너무도 잘 안다. 그것은 저 유명한 외출에 나온 듯한 창조자 트루를 바로 그였다.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가까운 곳을 지나고 있었지만, 멀리서도 그가 범상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하강하여 공중에서 멈췄고, 그들은 모든 사연을 그에게 얘기하였다. "우리는 Steelypip입니다. 우리는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원자들을 모아 스스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걱정이 없었고, 규칙도 학교도 없었지만, 뭔가가 날아와 자리를 잡고 꼼짝도 하지 않는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겁줘서 쫓아내 보았나요?" 트루를이 상냥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우리는 scarechrome과 servospook과 대구경의 유압식 거대 기계로 시험해 봤고 중간자와 파이 입자, 뮤 입자, 뉴트리노에 양전자와 광자까지 시험해 봤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아니란 말이죠?"
"아뇨, 기계는 아닙니다."
"흠, 재미있군요. 그럼 정확히 뭐죠?"
"그건 우리도 모릅니다. 그건 나타나자마자 이리로 날아왔고, 그것이 무시무시하고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더욱 무시무시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것은 그저 날아와서 착륙했고, 상상할수도 없이 무거우며,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성가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트루를은 말했다. "제가 정말로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여기 잠시 머물러서 고문 역이 되어 드리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군요. 괜찮으시겠지요?"
Steelypip들은 동의하고 즉각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광양자, 나사, 망치, 포병대, 아니면 다이너마이트나 TNT 약간? 커피나 홍차 드시겠어요? 물론 자동판매기에서 나온 겁니다.
"커피로 좋습니다." 트루를이 말했다. "내가 마실 게 아니고, 이 일에 필요합니다. 나머지는 필요할 것 같지 않군요. scarechrome도, servospook도, 사이버네틱 습격자도 소용없었다면, 남은 방법은 명백합니다. 고전적이고 문헌적이며, 법률적이기 때문에 새디스틱한 방법이지요. 난 지불만기일이 지난 어음이 실패하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뭐라구요?" Steelypip들이 물었지만 트루를은 설명하지 않고 계속했다.
"실로 간단합니다. 종이, 잉크, 도장과 봉인, 봉인용 밀랍과 압정, 잔받침--커피는 벌써 있군요--그리고 우편배달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필기도구도--갖고 계십니까?"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그들은 달려갔다.
트루를은 의자를 끌어당긴 후 구술했다. "무단점거자에 의한 방해는 CTSP 위원회 법전의 개정 조항 c.117(e)-2-KKP4의 119항을 명백히 위반하여, 비난받아 마땅한 침해의 요건을 구성하므로, 우리는 조례 제 67 DPO 14(j) 1101번 및 이하 관련조항에 의거하여 그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용역의 완전한 중단 및 종결을 금년 aff'g 77F년 제 17월 제 19일 오늘자로 선언함을 통지합니다. 점거자는 임시 절차를 통해 24시간 내에 위원장에게 상기한 행동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Trurl은 봉인을 붙이고 도장으로 봉인한 후 중앙 장부에 기입하고 공식 등기관에게 보인 후 말했다.
"이제 우편배달원에게 배달시키세요."
배달원이 그것을 가져갔고, 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 후에 배달원이 돌아왔다.
"배달하셨습니까?" 트루를이 물었다.
"예."
"수령증은?"
"여기 있습니다. 이쪽에 서명이 있고, 이건 항의문입니다."
트루를은 항의문을 받아든 후 읽어보지도 않은 채 대각선으로 "승인불가--적절한 서식 미첨부" 라고 쓴 다음 읽기 어려운 글씨로 서명하였다.
"자, 이제," 그는 말했다. "일합시다!"
그는 앉아서 썼다.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어서 그게 무엇이고 뭘 하는 것인지 물었다.
"공식업무입니다." 트루를이 대답했다. "그리고 모든 게 순서대로 되고 있으니 잘 될 겁니다."
우편배달원이 종일 미친듯이 오고갔다. 트루를이 공증하고, 지시를 내리고, 타자기가 지껄이고, 조금씩 사무소가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며, 고무 도장과 고무밴드, 종이 클립과 종이부스러기, 손가방과 비둘기집, foolscap紙(역주: 대형 인쇄용지의 일종)와 서류뭉치, 티스푼, 출입금지 표지, 잉크병, 서식과 파일, 그 와중에 트루를은 내내 써대고 있었고, 타자기는 지껄였고, 모든 곳이 커피얼룩, 휴지, 지우개찌꺼기로 가득했다. Steelypip들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와중에도 트루를은 대금상환 등기우편을 보내고, 영수증을 끊거나, 미지급된 만기 환어음 등을 충분히 활용했다 - 그는 끝없이 독촉장과 화물 인환증, 통지서, 법원 명령서를 보냈고 특별 구좌를 개설하고, 아직 입건사항은 없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써보냈다.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더이상 그렇게 무시무시해 보이지 않았고, 옆모습은 특히 그랬다 -- 그것은 실제로 작아져 있었다! -- 그렇다, 정말로 작아진 것이다! Steelypip들은 트루를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요?
"사무실 내에서 잡담은 금지입니다." 가 그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류를 철하고, 도장을 찍고, 전표를 점검하고, 면허를 취소하고, 'i' 글자에 점이 빠진 것을 교정하고, 넥타이를 느슨히 풀고, 다음은 누구신가요, 죄송합니다, 문 닫았습니다, 한시간 후에 돌아오세요, 커피가 식었고, 크림은 상했어, 천장에서 바닥까지 거미줄이 늘어지고, 비서의 서랍엔 낡은 나일론 양말이 들어있군, 여기 새 캐비넷을 네개 설치해, 직원을 매수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서류더미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강제집행장과, 이종간 혼인과, 일곱번 봉인된 소장과...
그리고 타자기가 철컥거리며 문장을 찍어내었다. "이에, 피고가 임차된 부동산에서 제시된 habere facias possessionem(*주1)에 따라 퇴거할 것을 거부하므로, 大 KRS 사이버네틱 공화정 정부 대법원은, 진공과 무에 의거하여, 이로써 즉각적인 퇴거를 명령한다. 피고는 이 결정에 대해 항고할 수 없다."
트루를은 우편배달부를 출발시키고 영수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책상과 의자와 고무 도장과 봉인과 비둘기집 등등을 일제히 우주 저편을 향해 내던졌다. 커피 자판기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그 모든 것에 이제는 익숙해져 있던 Steelypip들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대체 왜?"
"쯔쯔쯔, 여러분" 그가 대답했다. "그보다 한번 보세요!"
그리고 정말로, 그들은 둘러보고서 숨을 삼켰다--아니,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없어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디로 갔지, 공기중으로 사라졌나? 그것은 비겁하게 후퇴하여, 정말로, 너무나 작게 줄어들어 그 모습을 확인하려면 현미경이 있어야 할 지경이었다. 그들은 근처를 뒤져 보았지만, 무언가를 흘린 듯 약간 축축해져 있는, 왠지 모를 조그만 얼룩 같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내 생각대로군요," 트루를이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그것'이 첫번째 편지를 받아 거기 서명한 순간, 완벽하게 걸려든 겁니다. 저는 대문자 B로 시작하는 특별한 기계(역주 : 관료주의 bureaucracy를 가리키는 듯)를 고용했고, 우주가 존재하는 한 누구도 이 기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왜 서류들을 내던지고 커피를 내버린 거죠?" 그들이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잡아먹히는 건 당신이기 때문이지요!" 트루를이 답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향해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날아올랐다. 그의 미소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주 1 : habere facias possessionem. 부동산의 소유권을 강제로 원고에게 이전하고 피고를 부동산으로부터 퇴거하도록 하는 강제명령서. 일반적으로 경찰이 집행.
이 작품이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될 일은 아마 향후 10년 정도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혹시 국내 출판이 성사될 경우 이 부끄러운 번역은 웹상에서 삭제할 예정이니 다른 곳에 옮겨서 게재하실 때는 꼭 제게 메일(kimhyunkang@gmail.com) 주시기 바랍니다.
The Fifth Sally(A) or Trurl's Prescription
by Stanislav Lem
다섯번째 외출(A) 혹은 트루를의 처방 - 스타니슬라프 렘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 녹색 별 너머 흰색 태양 곁에, 근면하고 걸출하며 걱정없는 Steelypip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규칙도 학교도 우울도 없었고 달빛은 사악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며 물질이나 반물질에 의한 문제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도 같은 기계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계의 위에서, 아래에서, 내부에서 기계와 함께 살았으며 그 기계는 그들의 모든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모든 원자들을 모아 기계를 조립했고 어떤 원자가 잘 들어맞지 않을 때는 그것을 약간 깎아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모든 Steelypip들은 각자 자신만의 작은 소켓과 플러그를 갖고 있었다. 그들이 그 기계를 소유한 것도 그 역도 아니었지만 모든 이들이 그저 잘 들어맞았다. 어떤 이들은 기계공이었고 어떤 이들은 기계공학자였으며 그 나머지들은 기계주의자들이었지만 모든 이들이 기계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할일이 많았다. 밤이나 낮, 또는 일식을 만들어야 했고, 너무 자주 만들거나 만드는 데 질리는 것은 곤란했다. 어느날 녹색 별 너머 흰 태양 곁으로 보닛(역주 : 여자용 모자의 일종)을 쓴 혜성이 날아왔다. 그녀는, 굳이 말하자면 여성이었는데, 불같이 화내고 있었고 머리 끝부터 네 개의 기다란 꼬리 끝까지 원자력과 시안화수소의 푸른색으로 가득해서 바라보기 힘들었으며, 당연하게도 지독한 아몬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날아올라 외쳤다. "우선, 너희들을 불태워 땅에 눌어붙게 해주마."
그녀의 눈 속에서 춤추는 불꽃이 내뿜는 연기로 하늘의 절반이 덮인 가운데 Steelypip들은 그녀가 중성자와 중간자, 그리고 파이 입자와 뮤 입자, 뉴트리노까지 사용해 "피-파이-포-펌 플루-토-늄"이라고 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우리는 규칙도 학교도 우울도 없고 사악하지 않은 달빛을 가진 Steelypip입니다. 우리는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혜성 아가씨, 돌아가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하늘을 태우고 그슬리며 싯싯거리고 포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달은 마침내 양 끝을 모두 그슬린 초승달로 움츠러들고 말았다. 달이 약간 낡고 금이 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모욕이었으므로, 그들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의 가장 강력한 장(場)을 꺼내 달의 양끝에 단단히 묶은 후 방아쇠를 던졌다. 늙은 마녀야, 한번 입어봐라. 그것은 우레같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진동하더니 잠시 후 섬광과 함께 하늘이 맑아졌고, 혜성은 한줌의 재로 바뀌었다. 평화가 다시금 찾아왔다.
측정불가능한 시간이 지난 후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무시무시했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더욱 무시무시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무엇인지 몰랐다. 그것이 무엇이건 그것은 날아올랐고 가장 높은 봉우리에 착륙하였으며, 상상할수도 없이 무거웠고, 편안한 자세를 잡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성가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주위에 있던 자들이 말했다. "실례합니다. 우리는 Steelypip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모르고, 행성 대신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 이상한 물체여, 꺼지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더이상 참지 않고,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좀 작은 scarechrome(역주 : 허수아비scarecrow의 말장난)을 보내 '그것'을 겁주고 쫓아내기를 기대했다. 평화가 다시금 찾아올 터였다.
scarechrome은 출동했다. 내부 프로그램이 점점 더 커지는 소리로 윙윙거렸다. 그것이 어찌나 싯싯거리며 침을 뱉는지! 그것은 심지어 스스로를 약간 겁줄 정도였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scarechrome은 다른 주파수로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이제 그것은 더이상 심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역주 : 오즈의 마법사 패러디)
Steelypip들은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들이 말했다. "더 대구경의, 유압식이고 미분-기하급수적인, 소성이고 확률론적이며 충분한 근육을 가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핵 에너지를 갖게 되면 겁먹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총체적이고 가역적으로 출동했다. 그것은 다연장이었고 모든 면에서 피드백하고 있었으며 전 시스템이 하이-호를 외쳤고 내부에는 기계공과 기계주의자가 한명씩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가 아니라, 만에 하나를 위해 꼭대기에 scarechrome도 하나 달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기름칠이 잘 되어 있어 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만큼 고요히 다가가 최후의 예비동작을 취한 후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4쿼터(quarter), 3쿼터, 2쿼터, 1쿼터, 0쿼터! 콰앙! 엄청난 폭발이다! 저 버섯구름좀 봐! 방사능으로 빛나는 버섯이야! 기름방울과 기어 조각이 튀고, 기계공과 기계주의자가 해치를 열고 나왔다.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만, 긁힌 자국조차 없었다.
Steelypip들은 군사위원회를 열어 기계장치(mechanism)를 만들고, 다시 그 기계의 메타-기계(metamechanism)를 만들고 다시 가까운 별들이 한발짝씩 비켜줘야 할 정도의 거대 기계(megalomechanism)를 만들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톱니와 바퀴가 있었고, 다시 그 한가운데에는 servospook이 있었다. 이제 그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 기계는 모든 힘을 끌어내 출발하였다! 우레와, 꽝 소리와, 버섯 수프를 끓이려면 대양 하나가 필요할만큼 큰 버섯구름, 이 가는 소리, 어둠, 너무 어두워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어둠. Steelypip들은 그들의 기계가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금속조각으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이제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들이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기계적인 마음을 가진 기계공학자들과 기계주의자들이고,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기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이 이상한 물체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을 수 있지?"
이번엔 그들은 거대한 사이버네틱 습격자를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아무 일도 없이 다른 일에 관심있는 것처럼 기어서 다가가, 어깨너머로 흘깃 살펴보고 약간 과감하게 변한 뒤, 뿌리를 한두개 내려 뒤편으로부터 자라나게 한 다음, 적절한 때를 기다려 뿌리가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 그리고 진실로, 모든 것이 예견된 그대로 실행되었지만, 마지막만은 그대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런 일이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절망에 빠져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힘을 결집하고, 분석하고, 그물과 풀, 올가미와 나사, 함정과 그것을 가라앉힐 새로운 장치 등등을 만들고, 부수고, 떨어뜨리고, 종종 벽에 매달기도 하며,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반대로 뒤집어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이 거의 희망을 버리려 할 때쯤, 누군가가 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말등에 타고 있었지만--아니, 말등엔 바퀴가 없다--그것은 자전거--잠깐, 자전거엔 기수(機首)가 없다--그러니 로켓일지도, 하지만 로켓엔 안장이 없다. 그가 뭘 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너무도 잘 안다. 그것은 저 유명한 외출에 나온 듯한 창조자 트루를 바로 그였다.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가까운 곳을 지나고 있었지만, 멀리서도 그가 범상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하강하여 공중에서 멈췄고, 그들은 모든 사연을 그에게 얘기하였다. "우리는 Steelypip입니다. 우리는 스프링과 기어와 총체적인 완벽함으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들의 꿈과 같은 기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원자들을 모아 스스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걱정이 없었고, 규칙도 학교도 없었지만, 뭔가가 날아와 자리를 잡고 꼼짝도 하지 않는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겁줘서 쫓아내 보았나요?" 트루를이 상냥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우리는 scarechrome과 servospook과 대구경의 유압식 거대 기계로 시험해 봤고 중간자와 파이 입자, 뮤 입자, 뉴트리노에 양전자와 광자까지 시험해 봤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아니란 말이죠?"
"아뇨, 기계는 아닙니다."
"흠, 재미있군요. 그럼 정확히 뭐죠?"
"그건 우리도 모릅니다. 그건 나타나자마자 이리로 날아왔고, 그것이 무시무시하고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더욱 무시무시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것은 그저 날아와서 착륙했고, 상상할수도 없이 무거우며, 그냥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나 성가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트루를은 말했다. "제가 정말로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여기 잠시 머물러서 고문 역이 되어 드리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군요. 괜찮으시겠지요?"
Steelypip들은 동의하고 즉각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광양자, 나사, 망치, 포병대, 아니면 다이너마이트나 TNT 약간? 커피나 홍차 드시겠어요? 물론 자동판매기에서 나온 겁니다.
"커피로 좋습니다." 트루를이 말했다. "내가 마실 게 아니고, 이 일에 필요합니다. 나머지는 필요할 것 같지 않군요. scarechrome도, servospook도, 사이버네틱 습격자도 소용없었다면, 남은 방법은 명백합니다. 고전적이고 문헌적이며, 법률적이기 때문에 새디스틱한 방법이지요. 난 지불만기일이 지난 어음이 실패하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뭐라구요?" Steelypip들이 물었지만 트루를은 설명하지 않고 계속했다.
"실로 간단합니다. 종이, 잉크, 도장과 봉인, 봉인용 밀랍과 압정, 잔받침--커피는 벌써 있군요--그리고 우편배달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필기도구도--갖고 계십니까?"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그들은 달려갔다.
트루를은 의자를 끌어당긴 후 구술했다. "무단점거자에 의한 방해는 CTSP 위원회 법전의 개정 조항 c.117(e)-2-KKP4의 119항을 명백히 위반하여, 비난받아 마땅한 침해의 요건을 구성하므로, 우리는 조례 제 67 DPO 14(j) 1101번 및 이하 관련조항에 의거하여 그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용역의 완전한 중단 및 종결을 금년 aff'g 77F년 제 17월 제 19일 오늘자로 선언함을 통지합니다. 점거자는 임시 절차를 통해 24시간 내에 위원장에게 상기한 행동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Trurl은 봉인을 붙이고 도장으로 봉인한 후 중앙 장부에 기입하고 공식 등기관에게 보인 후 말했다.
"이제 우편배달원에게 배달시키세요."
배달원이 그것을 가져갔고, 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 후에 배달원이 돌아왔다.
"배달하셨습니까?" 트루를이 물었다.
"예."
"수령증은?"
"여기 있습니다. 이쪽에 서명이 있고, 이건 항의문입니다."
트루를은 항의문을 받아든 후 읽어보지도 않은 채 대각선으로 "승인불가--적절한 서식 미첨부" 라고 쓴 다음 읽기 어려운 글씨로 서명하였다.
"자, 이제," 그는 말했다. "일합시다!"
그는 앉아서 썼다.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어서 그게 무엇이고 뭘 하는 것인지 물었다.
"공식업무입니다." 트루를이 대답했다. "그리고 모든 게 순서대로 되고 있으니 잘 될 겁니다."
우편배달원이 종일 미친듯이 오고갔다. 트루를이 공증하고, 지시를 내리고, 타자기가 지껄이고, 조금씩 사무소가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가며, 고무 도장과 고무밴드, 종이 클립과 종이부스러기, 손가방과 비둘기집, foolscap紙(역주: 대형 인쇄용지의 일종)와 서류뭉치, 티스푼, 출입금지 표지, 잉크병, 서식과 파일, 그 와중에 트루를은 내내 써대고 있었고, 타자기는 지껄였고, 모든 곳이 커피얼룩, 휴지, 지우개찌꺼기로 가득했다. Steelypip들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와중에도 트루를은 대금상환 등기우편을 보내고, 영수증을 끊거나, 미지급된 만기 환어음 등을 충분히 활용했다 - 그는 끝없이 독촉장과 화물 인환증, 통지서, 법원 명령서를 보냈고 특별 구좌를 개설하고, 아직 입건사항은 없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써보냈다.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더이상 그렇게 무시무시해 보이지 않았고, 옆모습은 특히 그랬다 -- 그것은 실제로 작아져 있었다! -- 그렇다, 정말로 작아진 것이다! Steelypip들은 트루를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요?
"사무실 내에서 잡담은 금지입니다." 가 그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류를 철하고, 도장을 찍고, 전표를 점검하고, 면허를 취소하고, 'i' 글자에 점이 빠진 것을 교정하고, 넥타이를 느슨히 풀고, 다음은 누구신가요, 죄송합니다, 문 닫았습니다, 한시간 후에 돌아오세요, 커피가 식었고, 크림은 상했어, 천장에서 바닥까지 거미줄이 늘어지고, 비서의 서랍엔 낡은 나일론 양말이 들어있군, 여기 새 캐비넷을 네개 설치해, 직원을 매수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서류더미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강제집행장과, 이종간 혼인과, 일곱번 봉인된 소장과...
그리고 타자기가 철컥거리며 문장을 찍어내었다. "이에, 피고가 임차된 부동산에서 제시된 habere facias possessionem(*주1)에 따라 퇴거할 것을 거부하므로, 大 KRS 사이버네틱 공화정 정부 대법원은, 진공과 무에 의거하여, 이로써 즉각적인 퇴거를 명령한다. 피고는 이 결정에 대해 항고할 수 없다."
트루를은 우편배달부를 출발시키고 영수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책상과 의자와 고무 도장과 봉인과 비둘기집 등등을 일제히 우주 저편을 향해 내던졌다. 커피 자판기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그 모든 것에 이제는 익숙해져 있던 Steelypip들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대체 왜?"
"쯔쯔쯔, 여러분" 그가 대답했다. "그보다 한번 보세요!"
그리고 정말로, 그들은 둘러보고서 숨을 삼켰다--아니,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없어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디로 갔지, 공기중으로 사라졌나? 그것은 비겁하게 후퇴하여, 정말로, 너무나 작게 줄어들어 그 모습을 확인하려면 현미경이 있어야 할 지경이었다. 그들은 근처를 뒤져 보았지만, 무언가를 흘린 듯 약간 축축해져 있는, 왠지 모를 조그만 얼룩 같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내 생각대로군요," 트루를이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그것'이 첫번째 편지를 받아 거기 서명한 순간, 완벽하게 걸려든 겁니다. 저는 대문자 B로 시작하는 특별한 기계(역주 : 관료주의 bureaucracy를 가리키는 듯)를 고용했고, 우주가 존재하는 한 누구도 이 기계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왜 서류들을 내던지고 커피를 내버린 거죠?" 그들이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잡아먹히는 건 당신이기 때문이지요!" 트루를이 답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향해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날아올랐다. 그의 미소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주 1 : habere facias possessionem. 부동산의 소유권을 강제로 원고에게 이전하고 피고를 부동산으로부터 퇴거하도록 하는 강제명령서. 일반적으로 경찰이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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