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극장판 Innocence 트레일러에서
공각기동대 극장판 2편 'Innocence'가 봄에 개봉할 모양입니다. TV판 제작진이 만드는 모양이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고, 설정도 전작을 계승하고 있더군요. 전작의 팬으로서 두손들어 환영입니다.
예고편을 보았습니다만, 전편보다도 더 지독하게 우울하고 느릿느릿합니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도 늘어났고, 슬로우모션도 많아졌군요. 항상 집착하는 시가지와 메카닉의 정밀묘사는 여전합니다. 언제나 등장하는 감독의 개는 이번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는 모양입니다.
변한 것은 10년의 기술 발전이 가져다준 CG 퀄리티의 향상, 그리고 인형사와 융합해버린 소령 대신 바토가 주인공이라는 점 정도일까요. 너무 캐릭터의 내면으로 가라앉는듯한 느낌은 약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오시이 마모루에게는 너무 강렬한 자아를 가진 소령보다는 바토 쪽이 주인공으로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TV판인 Stand Alone Complex 2기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TV판은 만화판과 극장판을 절충한 것 같은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해 왔지요. 출판본의 특징인 액션과 정치역학을 계승한 채 그 사이에서 훌륭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다, 극장판의 패러디까지 가끔 집어넣어 주고 있습니다. 30분이라는 시간에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맞춰넣는 바람에 가끔 균형이 깨지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무적 소령과 원숭이 과장의 활약을 감상하며 즐겁게 보았습니다. (감독이 소령의 팬이라는 데 내기를 걸어도 좋아요.) 뭐, 너무 적이 없어서 재미없다고 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찌됐건 그 덕분에 TV판 2기는 걱정보다는 즐거움이 앞서는군요.
웃는 남자 사건을 쫓고 역으로 이용하기까지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타치코마의 고스트나 소령의 과거 같은 복선을 잠깐씩 깔아주며 꽤 여러가지 전개를 벌여두었으니 2기에서는 그걸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보여줘야겠지요. 짝사랑하는 소령은 돌아봐주지 않는데다가 자식 대신으로 여기던 타치코마마저 뺏겨버린 불행한 바토의 훗날도 궁금합니다. 타치코마가 3기 파괴됐지만 소령이 칩을 회수하는 모습이 보였고, 전부 파괴된 것도 아니니 돌아올지도 모르겠군요.
출판본의 설정을 일부 무시하고 따로 진행되는 2개의 애니메이션 덕분에 공각기동대의 세계는 한층 더 넓어지고 복잡해졌습니다. 에반게리온도 그렇고, 이 공각기동대도 그렇고, 어쩐지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여 너무 복잡하게 얘기를 뒤섞어놓는군요. 그래도 즐겁기만 한걸 보면, 저도 제작진들과 한패가 되어 은근히 즐거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s. 극장판 예고편을 보는 중에 발견한 것인데, 중간에 한글 책이 아주 잠깐 스쳐지나갑니다. 처음 볼 때는 못 알아봤는데, 두번째 볼 때 발견했습니다. 일부 읽어본 바로는 오시이 마모루가 얼마 전에 출판한 소설 <야수들의 밤> 한글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주인공 이름이 레이인 점이나, 시위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서점에서 잠깐 훑어봤을 때의 기억과 일치하더군요. 일반에 공개되어 있는 예고편에는 나오지 않고, 은밀히 돌아다니는 7분짜리 프리뷰에 3초정도 스쳐갑니다. 아마 일본어나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써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재미있는 발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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